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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학

폐 이식에 대하여 끄적끄적

by frozen-b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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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각종 미디어 매체들의 많은 노출 덕에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식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이식을 결정하고 나면 어떤 과정으로 진행이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식 의료진으로 내가 겪고 느낀 경험에 대하여 상세하진 않지만 끄적여 보려 한다. 

내가 일하는 병원은 폐 이식을 한다는 걸 입사하고 나서 알았다. 간호사로서 폐 이식이라는 키워드는 솔직히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에 폐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잘 없을뿐더러 있다해도 이식 환자에 대한 간호 같은 것들만 생각하지 이식 수술에 의료진으로서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간호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정신 차려 보니 난 이식 의료진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는데,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할 수 있는 이 직업이 한편으로는 보람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튼 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른 이식 수술도 대부분 비슷하지만 폐 이식 수술도 장기 구득과 이식 의료진 이렇게 두 분류로 나뉜다. 나는 장기 구득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구득은 기증자가 있는 병원까지 이동하여 장기를 구득해 오는 의료진을 말한다. 구득을 하러 갈 때마다 참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연을 볼 때마다 참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기증받는 사람들은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기에 안타까움과 보람 이 두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참 아이러니한 직업이다. 구득을 가면 기증자의 장기상태에 따라 기증할 장기가 달라지는데, 구득을 가는 도중에 장기 상태가 안 좋아져 이식이 취소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단 기증자의 뇌사판정은 뇌사 판정 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고 결정이 되면 EEG wave 검사를 하고 EEG wave가 flat하면  기증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면 구득을 위한 의료진이 출발하고 이식 의료진은 수혜자와 수술실까지 동행 후 수술 준비를 하게 된다. 구득 의료진이 장기 상태를 보고 이식이 가능한지 여부를 이식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구득을 시작한다. 구득 후 장기의 보존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여야 한다. 구득한 장기가 이식 수술장으로 도착하면 폐를 교체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힘든 수술이기 때문에 장시간의 수술 시간이 걸리며 대략 10~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식을 무사히 끝내면 중환자실로 나와서 경과를 관찰하게 되며 회복 기간은 환자 마다 다르지만 빠르게 회복하는 환자분들의 경우 한 달이 걸리지 않은 반면, 예우가 안 좋은 환자분들의 경우 몇 달을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는 경우도 계신다. 이식이 결정된 경우 이식관리기관에서 status 로 분류 하는데, status 0으로 분류 된 환자분들이 이식 대기 1순위 환자분이고 그 다음으로 status 1 단계가 있다. 내 경험상 status 0인 환자분들 보다는 status 1인 환자분들이 이식 수술 후에도 회복적으로 예우가 좋았다. 뭐든 빠르게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직까지 수술 후 여명까지 예상 수명은 5년 정도지만, 꾸준한 외과적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는 더욱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땅에 새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가는 폐 이식, 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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